출판기념회에 가족동반, 부부동반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가족이 아무도 갈 사정이 못되었다.
인천 친구들과 한양에서 사이버 제자(인생선배 오라버니)를
모시고 갔다. 너무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1시 친구들을 만났다.
남편이 주차가 어려우니 전철로 가라해서 순종파 수니는
그저그저 "예!"하고 차를 두고 갔다. 남편은 전철역까지
배웅해 주었다. 오랫만에 전철을 타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자리가 나는대로 연장순서로 앉으라는데 얼굴이 화끈! 달았다.
오나가나 난 연장자여. 먼저 앉으니 서있기 보다 편하긴 했다.
도착할 때까지 사이버 제자님의 치밀한 배려로 종각에 내려
5번통로로 곧바로 나가니 거기! 기다리고 계시겠지?
오늘은 남자 보디가드가 되어줄텐데 단 권총은 두고 왔노라고
말했다. 아줌마들의 모임이라서라나?...하하하
실은 어디가 어딘지 마천루 숲에서 두리번 거리고
헤메었을텐데...무교동이라 해서 구중중한 낙지골목만
생각했더니 어쩜 그리도 멋진 동네일까?
뉴욕에 온건지? 로마에 온건지? 잠시 헤깔렸다.
몇걸음 걸으니 멋진 한미은행 본점이 나타났다.
19층은 스카이라운지였다. 창밖으로 청와대가 정면에
나타나는데 히야! 전망 엄청 좋았다.
저의 친구는 "저게 무슨 대문이야?" 동대문? 남대문?
청기와 주유소도 모르다니...하하하 노벨 평화상 타시고
고단하지 않으신가 몰라. 그집 아저씨! 하며 한바탕 웃었다.
잠시후 간단한 식순이 진행되고 맛있는 부페 파티가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와 인사를 청했다.
나이 많다는 이유로 돌아다니며 먼저 인사를 청하기엔
자못 쑥스러웠다. 부족한 사람을 찾아와 인사해주신
고운님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송정애님 임진희님 김해자님 장미님 강향숙님
임원영님 베오울프님 박미애님 미카님 내 기억력으론
위의 분들과 인사를 나눈것 같다. 혹시 누가 빠진분 없을까?
그리고 영자님의 부군이 나의 손녀딸 이현이 안부까지 물었다.
관심에 놀랬다. 아줌마 닷컴이 가족같다고 느낀 대목이다.
남자분들이 적어서 내 보디가드가 쑥스러우실까봐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줌마 천국에 오셨는데,
절세 미인들이 너무 많았건만 눈도 껌쩍 안하시는거다.
왜냐? 옆에 있는 내가 워!~ 낙! 아름다웠으니까...하하하
남편으로 아는 분이 있을까봐 염려되었는데 역시 애인이나
남자친구쯤으로 감 잡는 것 같았다. 사이버에서 한 번 사부면
영원한 사부라면서 항상 아껴주시는 인생선배님이시며, 남편
과도 여러차례 인사를 나누고 잘 아는 분이다.
엄청 유능한가? 이쯤되면? 내가? 아휴!~
책값이 7800원 야무졌다. 책에 대하여? 감히 평론가는
아니지만. 내 글이 있으니 자아비판하는 심정으로 이야기
하자면 생활문이라고 생각한다. 옆짚 아줌마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라면 어떨까? 전문가의 에세이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기교 부릴줄 모르는 아마추어들의 진솔함이
장점이랄까? 자격지심에서 남의 글까지 평을 할 필요는 없지만
글쓴분들 모두 비슷하게 겸손한 마음일 것이다.
나도 싸인이란 것을 해봤다. 저자라서가 아니라
좋은이들에게 뭔가 줄 기회라는 흥분으로 말이다.
돈주고 책10권 사왔다. 꼭 읽고싶다는 이들을 위해서
할매작가가 싸인한 책을 전해줄까 하구.
잠시후 ebs방송국 문화부기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특별한 내용은 없고 그저 나이많은 사람이 아줌마에 끼어서
별나보였나보다. 내가 할머니 닷컴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더니
자기가 먼저 할려고 한다는데? 아줌마 닷컴에 빨리 할머니방
만들라고 해야지?
행사 끝나고 우리 일행은 전철을 타고 내려와 야호!~
2차,3차까지 모두 마치니 밤이 깊었다. 주일을 준비해야 하는
아줌마들은 황급히 돌아와 발 닦고 잤다.
마음속에 "재미난 날도 다 있군!" 이런 말을 되뇌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