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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깍는 날


BY 100won 2002-03-19


어제 월요일은 노숙자들 머리를 깍아주는 날이었습니다. 

제와 제 처가 운영하는 인터넷 봉사모임인 100원의 이웃사랑에서는
약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주로 고아원과 장애시설을 찾는 것이지만..
노숙자의 머리를 깍아주는  이발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에는 [하상바오르]라는 무료급식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노숙자들에게 연중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곳입니다. 

"젬마"라는 수녀님과 외국 수녀님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다 일정한 직업도 쉴 곳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흔히들 노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들의 행색은 아주 남루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잘 곳도 쉴 곳도 없는 사람들이다보니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건강상태가 아주 나쁜 사람들이지요. 

이런 사람들의 머리를 깍아주러 다닌 것은 
지난 99년 가을에 시작했으니까 만 2년반 정도가 되었네요. 

한달에 한번 또는 두번을 깎아주러 다니고 있습니다. 
저와 동행하는 사람은 현재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는 아주머니 두분인데 
이분들은 바쁜 속에서도 노숙자. 장애인. 양로원 등을 시간을 내서 
다니면서 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저도 이분들에게 영향을 받아 머리 깎는 기술을 익혀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사항이지만 
노숙자들의 머리는 감지를 않아서 이발기계와 가위가 제대로 
작동이 안될 정도 입니다. 
머리를 깎아줄 때 냄새가 나는 것은 깎는 사람 입장에서 
그냥 참으면 되지만 머리카락 안으로 보여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머리속이 정상인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거나 
심한 상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상처가 생겨도, 피부병이 옮았어도 제 때에 치료를 못하다보니 
머리속이 아주 심하게 곪거나 두피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팔.다리 그리고 외부로 보여지는 신체의 여기저기에서도 
보기 흉한 부분이 많은 것은 예외가 아닙니다. 
발목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아 발이 썩어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탈골이 된 팔 다리를 그대로 방치하여 형태가 이상해진 사람들도 
간혹 보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머리를 깍아주다보니 그들의 옷과 몸 
그리고 머리에서 나는 냄세 쯤이야 참아야 겠지요. 

이런 사람들의 머리를 두분 미용사님들과 
약 3시간 동안 50여명을 깎아주고 왔습니다. 
다음달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돌아왔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사회복지는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언제까지 노숙자라는 단어가 이어질지....... 

가정과 직장 그 어느 곳도 갈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
이발기구를 챙겨 나오면서도 눈은 자꾸만 그들의 뒤를 ?게 되네요.

100원의 이웃사랑......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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