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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아와 코스모스의 서울 나들이 (1)


BY cosmos03 2002-03-14

며칠전 받은 한통의 전화는 충분히 나를 설레게 하였읍니다.
아줌마 닷컴을 통해 엉아의 글이 모 방송국에 출연제의를 받은 겁니다.
라디오가 아닌 테레비죤에 말이죠.
글은 엉아~ 글 이지만서도 찾는것은 코스모스 바로 나, 였읍니다.
우선은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기에.
근무중인 남편에게 바삐 전화를 하였읍니다.
" 당신 모 방송국에서 오라는데 "
" 날 왜? "
" 출연하래 "
" 뭐 때문에? "
" 당신글 오지랖 넓은 마누라 얘기로 "
" 안가. 갈려면 당신이나 가 "
" 아니 왜에? "
" 야 이사람아 집안 망신 시킬일 있냐? 얼굴 팔려가면서 "
" 그게 왜 망신이야? 사람 사는 얘긴데... 그러지 말고 가자 "
" 시꺼. 전화 끊어 "

그렇게 끊어진 전화벨은 다시는 울릴줄 모르고...
운전중에 휴대폰 사용은 금물이라 혼자서만 궁시렁~궁시렁~
하지만 나는 들떠 있었읍니다.
몹시 흥분도 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를 않는것이.
마치 결혼식을 바로 코 앞에 둔 신부의 마음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무얼해야 하나? 출연하면 출연료는 주나? 선물은?
그나저나 무슨수로 이노무 서방을 꼬드껴서는 같이 갈수 있나?
혼자는 가면 안 되는건가?
별의별 생각으로 점심밥도 먹을수 없는 상태로 그냥 시계부랄마냥
온 집안을 왔다리 갔다리...
하루종일을 서성거렸읍니다.

다시금 방송국에서 걸려온 전화는 남편분도 꼬~옥 함께라는 단서와 함께
재차 출연할수 있느냐는 확답을 요구했읍니다.
남편을 어떻게 구워 삶아야하나~ 라는 숙제는 남아있었지만
난 무조건 남편과 함께 출연하겠다는 확실한 대답을 해 주었읍니다.
왜 그리도 시간은 더디게 가는지요.
남편의 퇴근이 그날처럼 더디게 느껴지기는 근래에 없었지 싶습니다.
드디어 남편은 퇴근을 해 들어오고.
난 방송출연이라는 콩 깍지에 씌워 남편에게 과장되이 거짖말을 했읍니다.

" 여보야 가자 "
' 안간다니까 "
" 돈 준대. 그것도 두배로 "
" 뭔돈을 주며 뭔 두배? "
" 아~ 우리가 방송에 출연하면 방송 출연료 나오잔아 "
" 그런것도 있냐? "
" 말이라고? 그런데 나 혼자가면 출연료를 안준대 "
( 아! 가슴 뛰는거 )
" 그리고? "
" 단신하고 둘이가면 출연료 두배에... "
" 응, 그리고? "
" 상품도 푸짐~하게 준대 "
" 뭘 주는데? "
" 그거야 정확히는 모르지. 하지만 분명 푸짐한~ 상품을 준다고 했어 "
" 액수는 얼마나 되냐? "
" 정확히는 모르지만 공영 방송국에서 쩨쩨하게야 주겠수?
모르기는 몰라도 한 사람당 기십만원은 줄걸? "
" 그래도 안가 "
( 흐이구~ 넘어갈듯 갈듯 하면서도 빼기는...)
" 정말? 물건하고 돈하고 합하면 한 살림 하는데도? "
( 스~을쩍 눈치한번 보고 )
" 그리고 중요한것은 마누라의 소원이다~ 이거야 "
( 남편...마누라의 소원 운운 하면 껌벅 넘어옵니다. )
잠시 생각을 하는듯하던 내 남편.
" 그럼, 나는 방송 출연은 안하고 당신 태워다만 줄께 "
" 오우케이 "
태워다 준다하면 그것은 남편의 승낙이라는걸 20여년 가까이 살아온 나는 압니다.

그렇게 그런저런 대화로 그날 밤은 깊어갔읍니다.
단잠을 잣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잠이 안왔는지 이튿날은 밤새 설쳤다는
남편의 말을 들을수 있었읍니다.
일단 남편의 승낙이 떨어지니 준비해야 할것이 많았읍니다.
화사한 옷을 입고 오라했으니 옷도 준비를 해야겠고.
거기에 맞추어 신발도 준비를 해야하고...
희끗한 머리도 감추어야겠고.
참말로 마음이 급했읍니다.
옷장으로 신발장으로 마음만 급히 왔다갔다 해도.
도통 변변한 옷도 신발도 없읍니다.
일생일대의 방송출연이고.
어쩌면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난 스타가 될지도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온 머리속은 벌집을 쑤셔 놓은거 같았읍니다.
비록 남편의 글로 방송에 나가지만. 그 글속의 주인공은 바로 나.
그런데다가 재연이라니...
그렇다면 당연히 테레비젼에 나오는 주인공도 나 아니겠읍니까?
흥분할밖에요.
들떠 있을수 밖에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부리나케 동네 상가로 갔읍니다.
우선은 희끗희끗한 머리부터 손질하고.
옷도 한벌 카드로 쫘~악 긁고.
신발도 한켤레 사고.
화장품도 마스카라부터 ??스틱까지...
저요. 거금좀 썼읍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전화번호 책을 통째로 꺼내놓고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읍니다.
" 나 방송 출연해요 "
로 부터 시작해 나 이제 스타가 되었다는둥, 조카딸에게는 방송에 출연하게 해준다는둥
그야말로 침 튀기며 자랑에 자랑을 해 대었읍니다.
아닌말로 일을 저지른것이죠.
이틀후의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하고 말입니다.
남편도 은근히 들떠 있는게 눈으로 보입니다.
구두가 마땅치 않다고 티켓을 찾는걸 보니 말입니다.
어서어서 시간이좀 갔으면 좋겠는데...
더디게만 가는 시간이 야속했읍니다.

그래도 시간은 가는것.
그래도 세월은 가는것.
안달복달을 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갔읍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그날 입니다.
남편과 나. 딸아이. 딸아이의 친구
거기에 막내 시동생의 딸래미인 제 조카딸까지.
우린, 모두가 때빼고 광내고 흥분 그 자체의 그마음으로 서울로...
모 방송국으로 그렇게 출발을 하였읍니다.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점심밥도 먹히지 않아 굶은채로 말입니다.


( 서울 도착후의 일은 다음에 말씀 드리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