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 서세원씨의 마누라다.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살림살이 비법으로 온 방송과 매스컴을 누비면서 이 조선 천지 주부들을 솔깃하게 한다.
언제나 손님을 맞이하듯 깔끔하고 정갈한 그녀 집안의 분위기엔 분명히 멋스럽고 독특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왜 나는 그런 그녀의 일련의 모든 것들이 거부감으로 느껴지는 걸까?
그녀의 남편, 서세원이 예전에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그녀가 한때 그의 도시락을 싸서 들려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자신은 그 도시락을 아예 풀어보지도 않은 채 그냥 집으로 가져간 적이 있었노라고.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했다.
말이 도시락이지, 끝도 없이 나오는 각종 그릇과 수저들을 일일이 다시 세팅해서 싸가지고 갈 생각을 하니, 아예 처음부터 풀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고.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도시락이란 바깥에서 바쁜 사람의 간단한 한끼 식사인건데 그걸 번거롭게 생각할 정도였다니.
아마도 그것이 서정희와 함께 살고 있는 한 '가족'으로서의 또 다른 시각이 아닐까싶다.
심지어 그녀의 '형식주의'는 손님치르는 일에서는 거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호텔요리사같은 하얀 제복을 입고, 서정희라고 씌여진 명찰까지 차고 손님을 맞는다고한다.
식탁에 풀세트로 테이블세팅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릇, 메뉴, 손님들 명패에 이르기까지.......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런 집에 초대되어갔다고 하자. 과연 그 집에서 마냥 편안히 먹고 즐기면서 올 수 있을까?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인 것이다.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
집은 무궁화 다섯개짜리 호텔보단 초라해도, 그 호텔이 주지 못하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 편안함과 안락함, 친밀함을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 아닐까?
남의 집에 방문해서도 호텔에서와 같은 딱딱한 형식을 느껴야한다면 과연 그것이 편안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서정희의 집의 세탁기는 밤이고 낮이고 간에 연신 돌아가서, 모터를 새로 바꿔야할 정도라 한다.
정말 대단한 청결벽이고, 또한 부지런함, 정성이다.
그러나 난 그런 식의 가사 노동을 굳이 본받고 싶지는 않다.
내 식구나, 남의 식구나 정작 내 집에선 웬지 모를 편안함과 자유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주부의 할 일이 되면 안될까?
어릴때 이야기 한토막.
내 앞에 미숙이네 이층집이 있었다.
미숙이엄마의 청결벽은 그야말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쩌다 그 집에 놀러가면 그 아줌마는 계속 우리 주위를 맴돌면서 치우고 또 치웠다.
결국 어디도 움직이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앉아있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나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건 나만의 기억이 아니다. 그 동네에 살았던 모두의 기억이기도 했다.
깔끔하고 정갈한 그 집은, 결국 이웃의 왕따(?)가 되었고, 미숙이넨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말았던 씁쓸한 이야기다.
서정희.
그 여자는 남에게 보여주는 살림살이를 하는 것 같다.
그녀가 정말로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과연 그녀의 가족들에게 편안한 가정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녀가 열심히 사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웬지 그녀의 그런 노력이 안쓰럽게만 느껴지는 것은 또 왜일까?
그녀가 혹~ 무슨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
후후.... 이건 완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