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퇴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7살, 9살난 두 아이들은
엄마 보다는 엄마가 들고오는 보따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아직은 그런 나이인가보다.
작은아이가 유치원에서 견학을 간다고 하여
오늘따라 푸짐한 간식 보따리를 들고
집에 오는 엄마를 다른날보다도 아주 반가이
맞고 있었다.
분주한 걸음으로 저녁을 하느라 부엌에서 종종걸음을
이리 저리 옮기고 있었는데 두 녀석들이 무슨일인지
토닥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났다.
가만히 들어 보니 동생이 견학갈때 가져가려고 냉동실에
넣어둔 음료수를 언니가 마셨다고......
나랑 똑같이 먹어야 하는데 언니가 자기보다 더 많이
먹었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따지고 드는 작은아이의
목소리는 많이 높아 있었다.
차근 차근 말로 타일렀건만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엄마의 타이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주장을
늘어 놓는 거였다.
저녁 준비가 거의 다 되어 상을 차렸는데도
아이들은 아직도 마무리를 못했는지 투덜거림이 남아있었다.
마침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는 아빠에게까지 그 일(?)이 알려져
아이들은 처음으로 따끔한 훈계와 함께 종아리를 맞았다.
종아리를 대라는 아빠의 말씀에 아이들은 벌벌 떨면서 잘못했다고
빌어댄다.
울고 불고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이웃집에서 들었으면 아마 뭔일이 나도 단단히 났나보다라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아빠에게 많이 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머리속은 참 착잡하기만 했다.
자랄때는 누구나 그렇다며 넘어가기엔
서로 너무도 양보하는 마음이 없고
각자 저만 아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내가 너무도 아이들을 풀어 놓고 키웠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켠으로는
한번 매를 들면 다음번에 또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계속적으로 매를 가한 체벌을 하기가 쉽다는.....
그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저녁 내내 마음이 편칠 않았다.
기껏해야 엉덩이 몇대 투드려주는 것으로
엄마의 매는 늘 그렇게 밖에 한 적이 없었건만
아빠의 매는 종아리를 대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이리 저리 마구 피해다니는 거였다.
나중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이들 앞에서 남편은 자신의 종아리를
내리치며 자신이 잘못한 점에 대하여 분명히 말하도록 시켰다.
아이들은 더 큰 목소리로 잘못하였다고
울며 사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종아리 몇대씩을 맞고서......
일제히 반성문 한장씩을 쓰게 하고
오늘의 벌은 일단 막을 내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종아리가 발갛게 상기되어
나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나는 낮에 오랜시간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안스러움
그런것 때문에 한번도 크게 혼내본적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어제는 정말 이렇게 키워서는 안된다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남편이나 나나 마땅히 혼날 일을 하였으면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큼한 비누향을 폴폴 풍기며 언제 그랬냐 싶게 엄마가 좋다고
안겨오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잠자기 전까지는 그래도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 싶어 종아리를 들여다 보니 빨갰다.
내일 학교갈땐 긴바지 입고 가야겠다.....
쯧쯧 많이 아팠겠는데.....
엄마가 그런말을 하니 아이는 또 눈물이 나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떨어진다.
눈물을 그친 아이들은
종아리가 아플까봐 걱정하는 나에게
"엄마 괜찮아 ..... 모기에 물렸다고 하지 뭐...."
그러는 거였다.
웃을수도 없고.....
그나 저나 지금쯤 그 종아리 아프지는 않을라나......
매를 드는 남편의 옆에서 난 아무말 없이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수 밖에
어쩔수가 없었다.
말한마디라도 잘못 거들었다가는 행여
아이들의 반성하는 마음에 찬물이라도 끼얹을까봐......
부디 그 아이들이 커서 오늘의 매가 마음에 상처로
남는 일은 없기만을 바래보면서
마음은 한없이 아프지만
사랑의 매를 들 수 밖에 없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어서 왔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며 양보하는 마음을 알게 해 주려고
매를 주었건만 ......
아이들은 얼마만큼이나 엄마, 아빠를
이해했을까.....
여전히 아이들의 종아리가 걱정스러워
이 엄마의 마음은
아침이 되었어도
여전히 무겁기만 한 걸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오늘 저녁엔
아이들을 만나면
많이 많이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엄마, 아빠는 너희들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