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소방도로가 생기면서 입구가 훤해진 동네 미용실
파마를 하겠다고 온 사람
무료한 시간을 한 보따리 싸들고 온 사람
해남 황토밭에서 캐왔다고 호박 고구마를 삶아온 사람
키가 자그마한 단정한 아줌마가 연신 뒷 거울로 머리를 만져 본다.
그러자 둥근 의자에 앉아 있던 덩치가 큰 아줌마
"아따, 이쁘요. 뒤가 이뻐야 된당께."
그러자 또 커피를 타다 말고 허벅지가 가시같이 야윈 아줌마가
"뒷보다는 앞이 이뻐야지." 하니 누군가
"앞도 이쁘고 뒤도 이쁘면 더 좋제잉." 한다
그러자 거울에서 뒤돌아서며 "이쁘요?"
"오메, 내가 남자라면 막 따라댕기겄네."
하하하, 흐흐흐, 호호호
TV속에서 한참 정치 토론에 열중하던 남자가 동시에 웃는다.
"어째야쓰까, 저그까지 들렸는갑다."
아직 따뜻한 고구마 노란 속살을 한 입 베어먹다
"가수 00엄마 이름이 최말순이여 언니 이름하고 똑 같더라~" 하니
"나는 양말순이여~" 받고
이 한마디가 또 뭐 그리 웃기다고 미용실이 출렁출렁거릴때
드라이한 머리가 맘에 든 듯 셀카 찍던 키 작은 아줌마
"내 이름은 아줌마여."
어느새 부모가 지어준 이름보다 더 많이 불려지는 이름 아닌 이름.
교복을 입고 좋아라 하던 열네 살 소녀가 살고 있고
출근 버스 놓칠라 뛰어가는 스물 다섯의 긴 머리 아가씨가 살고 있고
아들 손 잡고 유치원 소풍 가던 서른 여섯의 새댁이 아직 살고 있는 이름.
오십이 넘은지가 제법이어도 누군가 부르면
"저요?" 깜짝 놀라지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