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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게서 구절초 향기가 난다


BY 비단모래 2013-10-09

이별에게서 구절초 향기가 난다

 

                          비단모래

 

 

 

가늘게 떨리는 전화를 받았어

 

정이야

 

 

언니

 

나  재발했대

 

흐느낌 소리에 가을바람이 동참했어

 

 

 

천길나락으로 떨어지는 꽃잎하나

 

창백하게 바랜 노래가 들렸어

 

하필 이가을에

 

그렇잖아도 그렁하게 고이는 눈물땜에

 

자꾸 하늘을 바라보는데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허둥이다

 

한다는 소리가

 

사랑해

 

사랑해

 

 

 

그 말 뿐이었어

 

   

아무런 진통제를 찾지 못해

 

지끈한 두통을 견디면서

  

면도날 건너가는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지도 못하네

 

아홉마디가 되어야 피는 꽃이 구절초

마디마디 구비를 넘어 온 생애

이제 꽃이 맺혔는데

 

그 마디마디 잘라 꽃병에 꽂으며

이별을 물리는 하얀 구절초를 보낸다

 

이별에게서 구절초 향기가 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