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게서 구절초 향기가 난다
비단모래
가늘게 떨리는 전화를 받았어
정이야
언니
나 재발했대
흐느낌 소리에 가을바람이 동참했어
천길나락으로 떨어지는 꽃잎하나
창백하게 바랜 노래가 들렸어
하필 이가을에
그렇잖아도 그렁하게 고이는 눈물땜에
자꾸 하늘을 바라보는데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허둥이다
한다는 소리가
사랑해
사랑해
그 말 뿐이었어
아무런 진통제를 찾지 못해
지끈한 두통을 견디면서
면도날 건너가는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지도 못하네
아홉마디가 되어야 피는 꽃이 구절초
마디마디 구비를 넘어 온 생애
이제 꽃이 맺혔는데
그 마디마디 잘라 꽃병에 꽂으며
이별을 물리는 하얀 구절초를 보낸다
이별에게서 구절초 향기가 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