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내가 느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만한 그곳에
켜켜이 쌓여왔던 어떤 것으로 인해, 아니면
아주 작은 것이 시빗거리가 되어
거대한 폭풍우가 되었다는 나비효과로 인해
살아가는 게 이렇게 잔인한 공습을 견대내야 하는 것이라면
어디서부터 미안해하고
어디서부터 사죄해야하는가
원죄를 찾아가다보면
애초의 시작점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럼 모든 것이 오류를 품게 될 것이고
바로 앞에 놓인 사건 하나만을 끄집어내어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면
느긋하게 비껴나 있는 것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인데
삶이 고될수록
그 고됨의 이유를 찾아 하루 빨리 사죄하고 싶어
더 이상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은근한 퇴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어쩔 수 없는 약점을 안고 훨훨 날아가는 나비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시집[일기 속에 일기] <시 쓰는 사람 단> 2013년 tstore,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