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으며
비단모래
부추밭 잡초가 수북하다
갓 시집 왔을 때 어머니는
솔 베어 정지로 가져오라하셨다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몰라
우물가에서 빈 두레박 처럼 서 있었다
얼마 후 부추가 어머니 언어 솔이란 걸 알았다
정지도 어머니 공간 부엌이란걸 알았다
내가 하나하나 어머니의 언어를 알아 갈 즈음
어머니는 부추밭을 내게 맡겨두고
하늘로 주소를 옮기셨다
어머니 빈 자리에 허둥대는 사이 부추밭에
잡초만 가득해졌다
잡초를 뽑아내며
가는 대궁에 안개꽃같은 부추꽃을 본다
내맘속에도 이런 잡초 가득해
꽃을 가렸다
가슴 뛰던 사랑도 멈춘 시계추처럼 늘어지고
산그림자를 흔드는 바람조차
무심히 스쳐보냈다
사랑은 이렇게 잡초를 뽑는 일이다
그리하여
부추꽃 대궁
별 쏟아지는 여름밤
하얗게 터져 꽃 피우는 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