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
비단모래
어려서 아버지는 자동판매기 인줄 알았다
아버지 가슴에 대고
돈
하면 돈이 쏟아져 나오는 줄 알았고
옷
가방
여행
차
그것도 그냥 아버지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인 줄 알았다
투덜대고
겨우 이것뿐인 아버지가 야속하고 무능력해 보였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난후
아버지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라
3종철인 경기선수처럼 고단하게 뛰어서
돈과
밥과
옷과
가방과
전기료
수도료
하다못해 내가 버리는 하수도료 까지 낸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 가슴을 짜내
빈 껍질만 남은 고목처럼
쓰러지는 그날까지
아버지는 눈물로 소금을 만드는 것을
투덜대는 자식을 바라보며
못난 애비 모습이 싫어
등돌리며 거울을 바라보다
그 거울을 깨고 블랙 홀 깊은 속으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꺼지고 싶어도
가족이라는 밧줄이
아버지 라는 문패로 묶어놓았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