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각
김수인
아카시아 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저 멀리서 손짓을 하면
우리는 섬으로 가는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고
자유로운 철새들의 낙원에 발을 딛는다.
하늘을 날아 북쪽 미지의 곳으로 날아가는 새들에
우리의 동경을 담아 보내고 난 뒤
갈대가 무성한 길을 따라 걸으면
한 폭의 그림같은 조그만 호수가 우리를 반겨
파아란 하늘이 호수 안에서 숨을 쉬고
잔잔한 물결을 따라 구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기울어가는 태양이 어둠이 도래함을 알려
돌아갈 시간이 다가옴을 우리는 알지만
함께 한 이 시간을 남기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이
지워지지 않는 행복의 시간을 조각해 우리 가슴에 새기고
바람에 실려오는 갈대의 애절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돌아설 때
우리의 입가에 피어나는 행복의 미소가 어두운 길을 환하게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