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를 타고
김수인
살을 스치는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솟아 오르기 시작하는 해는 희미한 등불을 밝혀올 때
수 백년의 시간을 강과 함께한 나룻배는
오늘도 사공의 늙은 팔뚝이 노를 젓는 방향으로
물살을 가르며 소리 없이 나아가고 있다.
강가 저 편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늙은 에미의 손짓과 같아
아무런 사심도 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노를 젓는 사공의 몸짓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면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되는 기대에
꼭 잡은 두 손에 가벼운 힘이 전해지고
나룻배에서 내려 새로운 토양에 발을 내딛을 때
삶의 근심과 슬픔은 나룻배에 남겨 두고
사랑과 행복만을 가지고 함께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