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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BY 시 쓰는 사람 단 2013-01-28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졸음기 매단 채,

아침이라며 밥 한 술 떠

까실한 입안에 넣는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만원 버스에 올라

비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피곤함을 앉힐 작은 행운을 찾던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그날의 일을 찾기 전에

자판기 커피 한잔에

피식 웃음 나오는 농담을 건넨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오후에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 위해

양 많고 가격 저렴하고 먹을 만한 곳을 찾던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배를 가득 채운 대가로

몰려오는 졸음기를 밀어내기 위해

또 다시 자판기 커피와 말초적인 농담을 찾은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하루의 마무리가 술자리로 연장되기라도 하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세상의 날 선 질문에 대해

술 취한 척, 알아듣지 못하는 척

밋밋하고 닝닝한 답을 내놓은 것도

실은 살기위한 일이었다

 


긴 하루가 마감되면

온갖 잡다한 냄새에 뒤섞인 지친 몸으로

도착한 그곳에서, 제일 먼저

너의 잠든 모습을 살핀 것도

실은 오늘의 삶을 위로받기 위한 일이었다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