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려고 놔둔
펜을 열어보니
심이 바람 한점없이
불지 않은 추위로
굳어버렸다.
아무도 쓰지 않는 종이에
지우개로 빽빽하게
좌우로 흔들면서
그리고 있다
까만 깃털이
빠져 버렸던
까마귀 처럼
흑색이 사라졌다
속절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