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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계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8-20

 


거꾸로 가는 시계




무심코 

시계바늘을 두 바퀴쯤

거꾸로 돌려버렸다



매번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삶에

다른 길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의 행로가

답답해 보였고

가여워 보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시계는

다시 간다

특별한 기회를 버리고

한 쪽으로만 밀려간다

애써 오류를 집어넣어

방향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방향도 그대로다

유예된 오류도 그대로다



누군가 삶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버린 적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혼란은 잠시 울컥거림을 가져왔지만

결국 가던 대로 흘러갔다



반대로 가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반대로 가는 것도 익숙해지면 지금의 방향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어느 쪽이 났다고 명확하게 답할 수 없으니, 결국

거꾸로 가도 바로 가는 시계일 뿐이다





*출처: 시 쓰는 사람 단, 2012년 시집, <일기>, T-ST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