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우리가
바람과 구름으로 만났다 해도
바람처럼 떠돌던 네가
이름도 없던 내게
새털구름이라던가
뭉게구름이라던가
꽃구름이라던가 하고 불릴 수 있게 해주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해도
네가, 한 번 지나간 길은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는 세월처럼 산다 해도
우리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어는 어둑한 날
그리 서럽지 않은 날
너의 발길 아직 닿지 않은 곳
이름 모를 풀잎에
아침 이슬로 매달려 있으리
언젠가 네가 그 풀숲을 지나다
멈칫하고 돌아다 볼 때
그때,
우리 낯선 타인처럼 다시 만나리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