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방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즐거웠다
몇 장의 복권으로 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아서
그 상상에 눌려, 별로 잠도 편히 가질 수 없었다
준비 안 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하지만
부자가 된다, 돈이 생긴다, 준비는
부자가 된 후, 돈이 생긴 후 해도 된다
경쾌하게 복권방을 향해간다
복권방 외벽에 도배되어 있는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벌써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었단다
탐난다, 나도
그 꿈을 저 복권방에서 훔쳐가고 싶다
쉽고 빠르게 훔쳐내고 싶다
복권방은 준비 안 된 부자들로 가득하다
행운을 쪼아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서로 어깰 부딪쳐야 할 정도로 빼곡하다
복작대는 그 곳에, 본질을 바꿀 돈이 있다
저마다 바라는 꿈의 크기에 맞춰 복권을 구입한다
노다지 캐기 위해 몰려든 군상(群像)들에게, 연신 복권방 주인은
웃음기 배인 인사를 해 댄다
그가 웃고 있다
훔쳐가고자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그가 웃고 있다
도둑질 당하면서 웃는 사람은 없다
그건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도둑질 당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복권 몇 장으로 준비 안 된 부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나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은 사라지고, 얼른
두 어장 고른 종이를 지갑에 구겨 넣는다
며칠 후, 난 그 종이를 다시 펴볼 것이다
복권방 외벽에 붙여 있던 그 자랑스러운 누군가가 되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다시 펴볼 것이다
부끄럽거나, 아님 실망스러울 테지만
본질을 바꿀 수 있다는 그 묘약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출처: 시 쓰는 사람 단, 2012년 시집 <또 다른 일기> : T-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