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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방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8-08

 

복권방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즐거웠다

몇 장의 복권으로 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아서

그 상상에 눌려, 별로 잠도 편히 가질 수 없었다



준비 안 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하지만

부자가 된다, 돈이 생긴다, 준비는

부자가 된 후, 돈이 생긴 후 해도 된다



경쾌하게 복권방을 향해간다

복권방 외벽에 도배되어 있는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벌써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었단다

탐난다, 나도

그 꿈을 저 복권방에서 훔쳐가고 싶다

쉽고 빠르게 훔쳐내고 싶다



복권방은 준비 안 된 부자들로 가득하다

행운을 쪼아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서로 어깰 부딪쳐야 할 정도로 빼곡하다

복작대는 그 곳에, 본질을 바꿀 돈이 있다

저마다 바라는 꿈의 크기에 맞춰 복권을 구입한다



노다지 캐기 위해 몰려든 군상(群像)들에게, 연신 복권방 주인은

웃음기 배인 인사를 해 댄다

그가 웃고 있다

훔쳐가고자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그가 웃고 있다

도둑질 당하면서 웃는 사람은 없다

그건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도둑질 당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복권 몇 장으로 준비 안 된 부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나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은 사라지고, 얼른

두 어장 고른 종이를 지갑에 구겨 넣는다



며칠 후, 난 그 종이를 다시 펴볼 것이다

복권방 외벽에 붙여 있던 그 자랑스러운 누군가가 되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다시 펴볼 것이다

부끄럽거나, 아님 실망스러울 테지만

본질을 바꿀 수 있다는 그 묘약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출처: 시 쓰는 사람 단, 2012년 시집 <또 다른 일기> : T-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