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첫사랑은
내게 첫사랑은 불에 데인 자국이다
지독한 고통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했음에도
끝내는 지울 수 없는 자국으로 남아
내 몸의 일부인양 숨쉬고 있다
내게 첫사랑은 부도난 어음이다
생을 위해
생을 주겠다는 약속
피 끓는 서명으로 가슴에 새겨놓고는
애절한 그 목소리 아득한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있다
돌이켜보면,
첫사랑은 내게 원조할매보쌈집이다
영혼을 송두리째 휘감던
그 지독한 맛을 못 잊어
곳곳에 후속점을 만들었지만
어느 보쌈집에서도
원조의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