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일
열쇠를 잃어버리고
굳게 닫힌 문 앞에 설 때가 있다
너를 사랑하는 일이 그랬다
삐죽이 솟은 짧은 머리카락
바다향 나는 비누를 쓰던 너의 체취
검지 끝에 박혀 있던 동그란 티눈
눈을 감아도 훤하게 느껴지는 너를
내내 낯설게 지켜보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