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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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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BY 전유경 2012-06-29

 

 

방귀

 

 

 

 

 

 

위층 여자는 방귀쟁이다

 

밤이면 밤마다 최루탄을 쏘듯 방귀를 뀐다

 

 

 

 -- 주는 대로 받아먹을 것. 거북해도 트림하지 말 것.

 

 

 

식사교육을 잘 받은 정숙한 그녀는

 

자신에게 배당된 음식을

 

쓰든 달든 언제나 묵묵히 먹어치우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그녀의 원초적 오장육부가

 

수시로 산발적인 시위를 해댄다

 

 

 

--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식생활을 개선하라!

 

 

 

여기저기서 터진 불평불만이 모여

 

배가 딴딴해지는 밤이 되면 그녀는

 

아무도 몰래 화장실에 숨어들어

 

최루탄을 쏘아 시위대를 진정시킨다

 

 

 

환풍구를 타고 돌아다니는

 

그녀의 냄새 나는 속사정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 전유경 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