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위층 여자는 방귀쟁이다
밤이면 밤마다 최루탄을 쏘듯 방귀를 뀐다
-- 주는 대로 받아먹을 것. 거북해도 트림하지 말 것.
식사교육을 잘 받은 정숙한 그녀는
자신에게 배당된 음식을
쓰든 달든 언제나 묵묵히 먹어치우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그녀의 원초적 오장육부가
수시로 산발적인 시위를 해댄다
--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식생활을 개선하라!
여기저기서 터진 불평불만이 모여
배가 딴딴해지는 밤이 되면 그녀는
아무도 몰래 화장실에 숨어들어
최루탄을 쏘아 시위대를 진정시킨다
환풍구를 타고 돌아다니는
그녀의 냄새 나는 속사정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 전유경 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