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흔적이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걸어왔는데
내겐 발자국이 없다
시간의 공을 들여
제법 꼭꼭 밟아왔는데
선명한 이미지처럼 남아있어야 할
그 발자국이 없다
이처럼 오랫동안 슬퍼했는데
내겐 상처가 없다
눈물의 공을 들여
반복해서 그리워했는데
깊은 각인 되어 남겨져야 할
그 상처가 없다
발자국도 없고
상처도 없다
그래서 날 확인해 줄게 없다
그렇게 없다
뻔한 걸음 재촉한다
남아 있어야 할 것
남겨져야 할 것도 정하지 않고
그렇게 걸음만 재촉한다
깊이 없는 발걸음이
남아 있던 희미한 흔적조차 지워버린다
그래서 내겐 흔적이 없다
-감상평-
흔적을 남기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요?
어느 날 문뜩 이 시의 시인처럼 저에게도 남겨진 어떤 흔적이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게 됩니다.
저에게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군요...
-출처-
제목: 일기/ 시인: 시 쓰는 사람 단 / 출판사: 티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