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겨울을 향해서 무섭게 질주하고
논에는 나락들이 다 베어져서 을시년스럽게 보이고
길에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밥알을 뿌린듯하고
밭에는 서리가 내려서 마치 폭탄을 맞은듯 콩잎사귀들이 삼기고
연못에서는 연잎들도 푹삶기고
남편은 김장을 하다 지쳤는지 요며칠째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기운을 못차리고
코를 드르렁 거리며 나를 맞아주고
널방에는 아드님이 홀로 잠들어 있고
나의 심장고동 소리만이 나를 반기네
언제쯤이면 우리 이쁜 신랑이 기운을 차려서
햇살을 듬뿍 받아 기운을 차릴까
우리신랑이 기운을 차려 나하고 놀아주는게
나에게는 봄이 찾아오는것인데
너무 너무 심심하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지루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