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여덟- 어떤 여자
세브란스 병원 가던 길
여자의 등짝에서 아들이 식었다
출생 신고 없어 사망 신고 없다.
그저
가슴에 피멍으로 묻었다
이듬해 문득
까닥 없이 딸 애가
온 몸을 떨었다.
미군 부대 뒷 구멍
귀 하디 귀 하다 는 서양 주사약
일곱 식구 2년치 양식 값을 빚졌다.
주사 한 대에 눈꺼풀이 열리고
이튿날 또 한 대에 모가지를 까딱.
한 대만 더 맞히면 뛰어 다닐까.
여자는
억장 같은 빚을 지고 부대 앞을 서성였다
엄마...앞이... 안 보여...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더듬었다.
꼬부랑 글자거든 물어 라도 볼 것을..
여자는 제 심장에 농약을 부었다.
이웃 아낙이 쌀뜨물을 퍼 먹이고
외 팔이 큰 아들이 약국으로 달리는 동안
아내가 널브러져 누운 평상에
남편은 소주병만 끼고 앉았다.
저 만치 오들오들 떨던 아이가
어둠속에 선 채로 오줌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