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네
오만 가닥 실 핏줄이 흐르기를 멈추고
팔십년 뛰던 심장 피 돌기가 끝난 뒤에
오히려 곱디고운 울 엄마를 보았네.
펴지지 않는 오금 질질 끌던 시장 바닥
여섯 남매 짱짱하게 키워내던 그 강단
삼베 끈에 묶인 몸은 겨우 한 뼘 이더라.
흰 종이에 싸인 분골 겨우 한 줌 이더라
효도한 자식은 목 놓아 울고
불효한 자식은 숨 죽여 울었네
가시는 순간까지 맑은 정신은
그립고 야속함에 애 끓었으리.
하여도
그리 그리 곱게 가심은
태평양을 더디 건너
현해탄을 더디 건너
당신의 마지막을 못 지킨 자식들이
행여 한이 될까
행여 멍이 될까
끝없는 울 엄마의 헤아림이지.
식어도 따뜻했네
굳어도 부드러웠네
창백해도 고왔네 우리 엄마는.
나는 보았네
오만 가닥 실 핏줄이 흐르기를 멈추고
팔십년 뛰던 심장 피 돌기가 끝난뒤에
오히려 곱디고운 울 엄마를 보았네.
---2011년 5월 16일 친정 엄마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