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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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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아홉-나는 보았네


BY 최미순 2011-05-17

 

나는 보았네

오만 가닥 실 핏줄이 흐르기를 멈추고

팔십년 뛰던 심장 피 돌기가 끝난 뒤에

오히려 곱디고운 울 엄마를 보았네.

 

펴지지 않는 오금 질질 끌던 시장 바닥

여섯 남매 짱짱하게 키워내던 그 강단

삼베 끈에 묶인 몸은 겨우 한 뼘 이더라.

흰 종이에 싸인 분골 겨우 한 줌 이더라

 

효도한 자식은 목 놓아 울고

불효한 자식은 숨 죽여 울었네

 

가시는 순간까지 맑은 정신은

그립고 야속함에 애 끓었으리.

 

하여도

그리 그리 곱게 가심은

태평양을 더디 건너

현해탄을 더디 건너

당신의 마지막을 못 지킨 자식들이

행여 한이 될까

행여 멍이 될까

끝없는 울 엄마의 헤아림이지.

 

식어도 따뜻했네

굳어도 부드러웠네

창백해도 고왔네 우리 엄마는.

 

나는 보았네

오만 가닥 실 핏줄이 흐르기를 멈추고

팔십년 뛰던 심장 피 돌기가 끝난뒤에

오히려 곱디고운 울 엄마를 보았네.

 

---2011년 5월 16일 친정 엄마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