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혼(婚)/최삼용(바브)
어느 날, 한 베개 배던 꿀맛 인연이
다 쥐어짠 치약튜브같이 짓구겨져
화장실 구석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늙수레한 나이에 철 늦게 핀 장미는
살기위해 향기까지 빼앗기며
거무죽죽한 염증만 찬바람에 찼다
초동 볕살이 외풍을 데우는 새벽에야
한기로 부들대던 떨림 다독여 곤한 잠속으로 빠져들고
아침이면 물먹은 울스웨터처럼 폭삭은 몸 곧추세워또, 하루를 등골에 담아야했기에
한시 바삐 우화 속 탈피를 거쳐 날개 짓 화려히
창공을 나르려거든 나의 신이시여!
그 날개에 실한 바람 한 올 옹차게 실어 주옵길...
봄꽃 핀 세상서 피돌이 찬란할 때
도태된 꿈을 갉아먹던 나락의 시간 녹여
꽃 꿀 속에 취하던 꿀벌의 나래짓은 꿈이든가?
나보다 먼저 눈물 쥐어짜던 결별 앞에서
보일 수 없어 감춰버린 슬픔 한 자락은
감정유발을 부추기던 우울증의 전이란 것을
등 돌려 떠난 이는 아시려나
심장에 함구시켜 짓눌려도
삼각형의 모서리처럼 삐어져 나오는 이탈각 하나를
운명처럼 안고 사는 내 앞에서
넌, 언제나 부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