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초가지붕아래 당신의 첫울음은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기쁨의 소리였으리
슬픔을 줄이려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헐벗고 가난한 유년의 문턱을 넘어
세상으로 달리는 바퀴에 몸을 실었을 때
당신의 젊은 꿈은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낡은 옷가방속에서 꿈틀거렸을 것이며
사랑과 욕망 성공과 좌절
덜컹거리며 청춘의 터널을 지날 때에도
결코 나태하게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러다 한 순간 밀려오는 고단함으로 깜박 졸았겠지요
당신이 잠 든 사이 무심히 바람은 불어 오고
비가 내리고 세월은 그렇게 늙어 갔겠지요
지하철 역 모퉁이 신문지 속에 웅크리고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모든 바퀴 소리에
홀로 귀 멀어갔을 늙은 당신도
일년을 하루 같이 찾아다녔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였으리
원망하지 않기 위해 또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인적 끊기고 더 이상 바퀴 소리 들리지 않는
차디찬 잠 속에서 다시 봄이 오면
어디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이라도 나르며
하룻밤 따숩게 등을 붙여 보리라
당신의 허망한 꿈 위로 어지러이 눈발이 날리고
밤새 무더기 쌓여 눈물마저 얼지라도
서럽게 울어줄 다정한 얼굴 하나 있겠지요
오래전 떠나온 고향길 동행할 동무 하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