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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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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BY 나목 2011-01-24

허름한 초가지붕아래 당신의 첫울음은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기쁨의 소리였으리

 

슬픔을 줄이려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헐벗고 가난한 유년의 문턱을 넘어

세상으로 달리는 바퀴에 몸을 실었을 때

당신의 젊은 꿈은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낡은 옷가방속에서 꿈틀거렸을 것이며

사랑과 욕망 성공과 좌절

덜컹거리며 청춘의 터널을 지날 때에도

결코 나태하게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러다 한 순간 밀려오는 고단함으로 깜박 졸았겠지요

당신이 잠 든 사이 무심히 바람은 불어 오고

비가 내리고 세월은 그렇게 늙어 갔겠지요

 

지하철 역 모퉁이 신문지 속에 웅크리고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모든 바퀴 소리에

홀로 귀 멀어갔을 늙은 당신도

일년을 하루 같이 찾아다녔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였으리

 

원망하지 않기 위해 또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인적 끊기고 더 이상 바퀴 소리 들리지 않는

차디찬 잠 속에서 다시 봄이 오면

어디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이라도 나르며

하룻밤 따숩게 등을 붙여 보리라

 

당신의 허망한 꿈 위로 어지러이 눈발이 날리고

밤새 무더기 쌓여 눈물마저 얼지라도

서럽게 울어줄 다정한 얼굴 하나 있겠지요

오래전 떠나온 고향길 동행할 동무 하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