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테레비 상자에 눈을 박아놓고
지나간 드라마 몇 편에 몇 시간을 줘도
쉰 거 같지 않아서 밤에 뜨는 보름달을 은근히 기다렸다.
달만 보면 나는 이상한 생각을 한다.
달의 뒷 편에 누군가 날마다 전깃줄에 플러그를 꽂아서
형광등처럼 빛나게 하는 발전소가 따로 있을까
밤마다 그 발전소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비는 소원이 에너지가
되어 더 환하게 온 갖 어두운데를 스며들고 달빛으로
비처럼 흘러 내리는 것으로 나는 그럴 거라고 단정지었다
난 달만 보면 더욱 완전한 원 그 보름달을 보면 돌아가신
아직 젊은 울 아부지가 보고 싶다 이걸 소원이라고 빌면
보름달이 더욱 환해질테니 누군들 알든지 말든지 신경 쓸 데는 아닌데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추석엔 달빛이
어두운 곳곳 숨어 숨어 더욱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