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있는 기다림
나 처음 세상을 만났을때
엄마품에 안겨 눈 맞추고 웃고
입모양보고 옹알이도 하고
그렇게 세상을 향해 한걸음 또 한걸음
넘어질듯 말듯 더딘 발걸음
내 여름은 짙푸른 청춘으로 익어가고
제철맞은 풀벌레들도
잠시 머물다가는 잘려진 나무밑둥위에서
피멍이 드는줄 모르고 목청높이 울어댔었다.
늦도록 잠못드는 적막한 밤에는
친구처럼 편안한 바람을 그리워했고
바람을 삼키고 가버린 깜깜한 하늘만 원망했었지.
입이 있으되 벙어리되었고
눈이 있어도 볼 수 없었고
귀가 있어도 속삭임조차 들리지 않았던
내 젊은날의 상처들은
한손에는 불끈 쥔 주먹과
또 다른 한손에는 버려야하는 내 눈물한줌으로
저녁언덕길가 아련히 멀어지는 종소리와 함께
명치끝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고통의 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렇게 한계절이 가니
가느다란 숨소리 들리는듯
함께 눈맞춤하기를
내 눈을 바라보며 기다려주던
내 삶을 옹알이해주길
내내 서서 기다리는 내님의 품으로
나 돌아가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