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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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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감을 자극한다


BY 선유 2010-07-17

나처럼 나이들어 가는 사람은 비의 맛을 안다

비릿란 내음에 약간의 흙냄새가 섞여 있다

그리고 인간의 땀처럼 약간의 짭쪼름한 맛이 난다

 

오늘처럼 비가내리면

머리가 멍해진다

 

사슬처럼 얽혀있던

삶의 찌거기들이

식도를 핥고 내려가

굵은 빗줄기속으로

흡수되어

비가되어 마음으로 흐른다

 

한참후에도

 

시선은 자꾸만 퍼풋는 빗줄기에 고정된다

베란다에 부딪치는 폭포수 같은 빗줄기를

양팔을 벌려 가슴에 모두 쓸어 안고 싶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샤워 워터처럼

나는 빗물로 내 몸을 씻고 싶다

 

빗살속으로 투영 되는 잔영들이

몽글이 몽글이 밀려와

텅빈것 같은

영혼에 섬광으로 번득인다

 

한번쯤 스쳤던 아무개의 얼굴들이

마음한켠 그리움으로 남아

빗줄기를 타고

가슴으로 안긴다

 

언젠가 한 번 쯤은 만날 수 있을런가

우연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데

그렇다고 인연을 놓고

연극을 할 수 는 없다

...

 

그들도 나처럼 우연을 기다리고 잊지 않을까

세월속에서 잊지 못할 인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사는 고달픔을

서로에게 위로의 마음으로

나눠줄 수 있는 존재들이기에...

 

쉽진 않지만

대본을 꾸며

서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

 

열려진 창으로

비가 만들어 놓은 사색들이

바람에 실려와

오감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