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두 띠러가고
주민 등본두 띠러가고
그렇게 여러번 간 것 같은데
키만 멀쭉하게 큰 오래된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신용불량자라고 이젠 갈 데 없다는 남동생을 전입신고 하러 주차장 옆 모퉁이에
값없이 투드툭 떨어지는 푸른은행이 내차에서 굴러 바닥에 닿는 소리에
나두 은행나무두 서로 놀라 마주보게 되었다
미처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웠다.
처음보는 눈빛이 낯설었지만
나는 옻이 싫다 옻이 심하게 타는 알러지가 무서워
발끝으로 쓸쩍 밀어 은행나무 밑둥치에 끌어 넣어 주었다.
돈 못벌어 갈 데 없는 동생과
은행나무두 이름 지어 동사무소에 오래전 부터 살았던 주소에
같이 동거인으로 전입해 달라고 할까
동사무소 직원이 매우 난감한 얼굴로 날 볼 것 같아 말아 버렷지만
그냥 나보다 더 오래오래 살아서
아주 더디게 시간이 흘러가도 섭섭해 하지 말라고
전입신고 못해줘서 허전하다고
손바닥으로 나무결을 쓰다듬고
그렇게 동사무소에서 동생전입신고만 했다.
동사무소 옆에 서서 사는 은행나무는 아직 전입이 안되어 있다.
누구도 모르게 키가 하늘을 향해서 커가고 있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