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와 진지 잡수셨습니까 사이로 /조경선
경상도 진주에는
앞산 남산 계곡 물도 문둥이와 진지 잡수셨습니까 사이로 흐른다
산꼭대기에서 멀리 보이는 용이 여의주를 놓쳐
승천을 못했다는 전설의 문산 땅
삼곡리의 기찻길 옆 순식이 아지매는
봄날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문디 바람이 와 이리 불어쌌노!
어쩌다 장터에서 이웃 할매를 만나면 아지매 진지 잡샀습니꺼!!
꽃이 만발해도, 저 문디 꽃들이 와 저리 이쁩니꺼!
옛날 산청에는 문둥이들이 많아 가꼬
무슨 이야기만 나와도 이 문디야 문디야
아지매, 그 때는 전신만신 문디가
만날 아이 잡으러 왔다 안 캤습니꺼!
문둥이와 진지 잡수셨습니꺼
그때 사람들은 입만 열면 문디 문디
진지 잡수셨습니꺼 사이에서 도망다니고
그 말은 아직도 뇌리에 남았는데
언젠가 마지막 말 한마디 해야 한다면
진주 문디 아지매들
밥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잡수셔야 합니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