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거의 6개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담배 문 입술 쭉 내밀고
불 달라고 시늉하는 반 푼 같은 생이
가게 앞에 앉아 있다
한 때 누군가의 금지옥엽 딸이었을
누군가의 자랑스런 누이였을 그녀가
어느 날 뚜벅뚜벅 들어 왔을 때
선뜻 성냥을 내준 게 인연의 시초였다
총기 잃은 눈이 딱 그 대목만 기억해 놨는지
성냥 대신 눈치를 바가지로 퍼부어대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와
거무튀튀한 입을 붙임성있게 내미는 여자
오늘도 한데 잠을 자고 온 모습으로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폼으로 앉아 있다
가슴 속 쌓아 둔 말이 무에 그리 많은지
두어 시간 뭐라고뭐라고 진지하게 씨부리다
그도 저도 싫증 나면 악다구니도 퍼붓다가
황망히 사라져서는
내일이면 또
복구된 기억장치로 성큼성큼
꽁초 물고 들어설 저 여자
억겁 전생에 내 종족이었을지도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