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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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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BY 정국희 2010-01-26

 

 

 

 

여자

 

 

거의 6개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담배 입술 내밀고

달라고 시늉하는 반 푼 같은 생이

가게 앞에 앉아 있다

 

한 때 누군가의 금지옥엽 딸이었을

누군가의 자랑스런 누이였을 그녀가

어느 뚜벅뚜벅 들어 왔을

선뜻 성냥을 내준 인연의 시초였다

 

총기 잃은 눈이 대목만 기억해 놨는지

성냥 대신 눈치를 바가지로  퍼부어대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거무튀튀한 입을 붙임성있게 내미는 여자

오늘도 한데 잠을 자고 모습으로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폼으로 앉아 있다

 

가슴 쌓아 말이 무에 그리 많은지

두어 시간 뭐라고뭐라고 진지하게 씨부리다

그도 저도 싫증 나면 악다구니도 퍼붓다가

황망히 사라져서는

내일이면

복구된 기억장치로 성큼성큼

꽁초 물고 들어설 저 여자

 

억겁 전생에 종족이었을지도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