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금은 외로이 쓸쓸함을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사랑했었다.
시시한 사랑에 열병을 앓으며
순수함을 배우고 놓쳤던
오로지 사랑만으로 세상을 흔들기 충분했던
내게 그런 사랑이었다.
흔해빠진 일상에도
함께였기에 특별했으며
처음과 함께 마지막을 기약했던
목숨같은 순진한 사랑이었다.
사랑이 뜨거워 애를 태우고
사랑이 변할까봐 초조해하고
사랑이 떠날까봐 악착같았던
피곤해도 잠시도 놓치 않던
어리석은 사랑이었다.
사랑을 보내고 가슴을 뜯고
사랑이 두려워 겁부터 내며
사랑을 기다리며
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가엾은 사랑이었다.
심심한 가을 보다
쓰라린 가을을 가졌고
추운 겨울 보다
눈부시게 하얀 첫눈을 기다린 겨울을 가진
추억으로 가득 차 있는
나는 그렇게 사랑했었다.
비록 지금 외로이 쓸쓸함을 지키고 있지만
추억은 늘 곁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