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錦沙
가끔은 아홉살 적
* 띠골에서 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다
뱃속 가득하게 찬 이물질
씹고 씹어도
소화되지 않는 도시에서
뒷동산 묫등아래서 뽑아먹던 삘기
그 달달한 맛
개울가에 통통한 찔레순 껍질 까먹던 떫은 맛
혀 끝에 박혀
깨소금맛 나던 깨금
시디신 명아
진달래
먹기만 하면 그대로
녹아내려
온통 추억이 된
열살 봄
전학한 도시학교 교실문 드르륵 열고 선생님 뒤에 숨어 들은
와와 촌뜨기다
함성에 묻혀
목에걸린 유년
그때부터 소화불량이다
메꽃도 잊었고
나팔꽃도 잊었고
매미도 잊은 위胃에
낯선 미네르바가 더깨져있다
세상에
밭을 머리에 얹은 달이 밥이 된다니
이런 기막힌 운명을 죽도록 반추해야 하다니
트렉터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언제부터인가 알약으로 대신한 밥을 먹으면서
네개의 위를 가진 소와 어린시절로 가고 싶은 나는
신경성 궤양을 앓는다.
*충북 청원군 가덕면 청룡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