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우...
깊은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숨은 막히고...질식할 것만 같다.
왼쪽 늑골부터 알싸해지던 것이 싸늘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절망 속에 느껴지는 몸의 울림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심장이... 절망이 맵단다. 그리고 상처가 시리단다...
휴우우...
내 발 밑이 절벽인 이유는
이 놈의 한숨 탓도 있겠지...
내가 쉰 한숨이 바닥을 깎아버린 탓이겠지...
그럴거야...아마도...그럴게야...
머리가 띵, 하고 깜깜한 어둠을 맞은 것처럼
암흑이다... 쉬고 싶단다. 간절히... 이제 저 좀 쉬게 해달란다.
휴우우...
언젠가 아들의 입에서도, 딸의 입에서도 나온 소리였다.
무능한 부모를 만나서...책임감 상실한 부모를 만나서...
저들 삶도 박복함을 깨달은 거겠지.
하지만 듣기 싫어.
이기적인 엄마는 저는 하는 짓을 아이들에겐
하지 말라며 나무라고 만다.
휴우우...
한겨울 혹한 속에 앙상한 나무가지는
어찌 그 고통 이겨내고 있을까...
물었다. \"넌 아직 살아있니?\"
\"응... 난 겨울을 즐겨. 톱질로 온 몸을 동강 낼듯
고통을 주는 찬 바람, 남들은 예쁘다며 눈 꽃을 운운하는 눈송이,
얼마든지 오라고 해. 내가 그것들을 이겨내는 순간 봄 날 힘차게 솟구치는 내 분신들을 보게 될 거야.\"
휴우우...
세상을 버리려고 떠났던 날...그때도 겨울이었지, 아마.
작은 강줄기에 떠있던 이름모를 새를 보았다.
흰 어미새를 졸졸 따라 헤엄치는 아기 새들의 한무리...
그 작은 것들이 내게 클로즈업 되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별수 없구나.
나봐라. 이 추위에 아이들 건사하는 것!. 그 엄포에 다시 아이들 품으로 돌아왔었지.
휴우우...
모진 세월 이겨내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자신이 있기도 했었다.
그런 나를 비웃듯 매번 더한 일들이 날 주눅들게 한다.
곧 죽을 것만 같아, 더는 못 살 것 같아, 이제 그만...
다시 맞는 절망은 무게가 점점 더해만 가고
세상 뜻대로, 만만한 것이 없구나... 겸손한 나를 만든다.
겸손? 나약하고 비굴한 인간이 아니고? ㅎㅎㅎ
휴우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버텨 낼 수 있을까?
버텨야 할까?
버티면 따뜻한 봄 날 싹을 틔우는 앙상한 나무들처럼
초록으로 웃음 지을 수 있을까?
버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