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랬지...
내가 돈 밖에 모른다고...
난 그래...
당신은 돈을 몰라도 너무 몰라...
당신 그랬지...
내가 걱정을 사서 한다고... 너무 앞서 간다고...
난 그래...
당신은 걱정을 너무 안해... 너무 계획이 없어...
당신 그랬지...
내가 성질이 못돼 처먹었다고...
난 그래...
당신은 내 못됀 성질을 탓할 자격이 없어...
왜 그러니... 왜 그러고 사냐며 반 미친 나에게 물었지?
내 삶이 너무 부질없어서...
내 삶이 너무 어이없어서...
내 삶이 너무 기가 막혀서...
왜 그러니... 왜 그러고 사냐며 생각이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내가 물었지...
나만큼만 살아라...
나만큼만 하라그래...
나만큼만...
감히 그 주둥이 부끄럼 없이 떠벌렸어.
당신 그랬지...
내가 많이 철이 들었다고...
네가 사람 만들어 놨다고...
난 그랬어...
당신 분명히 생각이 없는 인간이 분명하다고...
당신 그랬지...
아이들보고 약속을 어긴다고...
난 그랬어...
그걸 감히 그 입으로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내가 보이니...
난 점점 입을 닫고 살아가...
그게 철이 든 것처럼 보이니...
그게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으니...
그 나이에...
보고 배운 것 없다고 모두가 당신처럼 그렇게 살지는 않아...
당신 주변에 이혼당한 친구들의 자식들이 몇 살이디?
엄마 없어도 살아 갈 나이기에 떠나간 친구 와이프들의
심정을 보지도 못하고 못된 년을 운운했지...
나...
버틸 거야... 입 닫고 말이야...
너랑 살 수 없지만 버틸 거야...
폭행을 안 해...
바람 안 피워...
그것만으로 견디기에... 넌 내게 준
지난날의 상처들이 너무나 많아...
사기꾼... 가증스런 인간...
난 왜 자꾸만 당신에게 갖는 생각들이 그런 것들 뿐일까...
당신의 평화로운 얼굴들이 역겹다.
당신의 착한 가장됨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난 얼마나 갈까... 오래가지 않을 거야...
속으로만 생각하며 지켜본다...
당신... 싫은 인간이야...
당신에게 갖았던 연민들이 부질없음을 알던 순간...
내가 어처구니없는 년이었던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어...
오래 살기를...
내 이 원한 모두 갖고 명줄 잇고 아주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오래 살기를...
부모 형제 속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던 당신이
아이들에게도 든든한 아버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 것을 아무리 말해도 모른 다는 것을
나는 이제는 살며 겪어 봤기에 너무도 잘 알게 되었어...
당신 태생이 그래...
생겨먹길 밉상이더라. 불쌍했던 당신 어린 시절이
모난 성격 탓일 거라고 깨닫게 됐어.
어쩌면 자식을 그리도 불쌍하게 방치하며 무책임하게 키웠을까,
원망했던 시어머님이... 차라리 이제는 더 불쌍해.
당신같은 자식 열 달동안 온 몸과 마음으로 담고
견디셨을 어머님... 그 연로하실 대로 연로하신 분은
도와주지 못하는 것만 가슴 아파서 제대로 찾아 오지
않는 불효 막심한 자식을 원망도 못하시는 어머님이 말이야...
나는 같은 여자로써 불쌍해...
당신을 만나서 살면서
내 목숨같은... 당신 피를 이어받고 태어난 금쪽같은 내 아들이
그 삶까지 이어받게 될까봐 겁나고 두려워서...
그리고 그런 아들을 믿고 따라와서 나처럼 살아가게 될
또 다른 불쌍한 여자가 생길 것이 벌써부터 두려워서...
엄하고 매정한 엄마로 살아가는 것... 알기나 하니...
안돼는 것 없다던 내 자신감이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겸손처럼 고개 숙이더니
자취를 감춰가고 있어...웃겨...
당신은 오래토록 살면서 끝없는 좌절 속에서 반성으로 살아가야 할 거다...
아마도...
그래도 난 당신이 안 불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