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옷
추석장 보러 나온 엄마옷은
시골장 어느곳에든 피어있는 다닥다닥한 보라색 꽃밭
이골목 저골목
엄마표 단체복
여름내 버석한 땅 지렁이처럼 기며 말린 고추 팔아 바꾼 돈
모처럼
미장원에 들러
양귀비 염색약을 바랜 시간 지워내고
꼬불꼬불 완고한 퍼머약냄새
시장 골목마다 똑 같은 모습으로 엄마는
무거운 추석을 들고
시간차 버스를 기다리며
골목 허름한 나무의자에 앉은채
피순대 국밥 한그릇 뜨며
자식 걸려 입천장이 벗겨지고
동구 어귀에서 막차를 기다릴 8남매
박하사탕 한봉지로
별을 안기던 그날
그날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고
열일곱에 시집와 24년간
보름달 되었던
엄마 배
하늘에 걸려
둥둥 떠오르고 있네
엄마가 하늘로 가고 난 후 열어 본 서랍장
딸이 부친 분홍 레이스 내복
아들이 보내온 능소화색 브라우스
상표 붙은 행복에
차곡차곡 웃음 끼워 접어놓고
엄마는 결 거친 수의를 입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