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뼛속을 살풋 갉아 먹으며
꽃샘 추위 예쁜 날
서툰 내 연정 기지개를 켰지
햇살의 달콤한 애무
새들의 향연속에서
아지랑이빛 새콤한 잎을 틔웠지
그리고
모질도록 싱그러이 울어야 했지
나는 나를 흔들었고 흔들수록
더 견고하게 버티었지
뿌리내린 모래땅이
차지게 다져지도록
입을 벌려 물을 마시고 타들어 갔지
떠나가라고 떠나가라고
나는 나를 부추기면서
잎을 떨구고 비를 맞고
정작 모두가 떠나가도
묵묵히
그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