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단순하게
햇빛만 가렸는데
긴 세월을 우린 못 보고 살았다.
이제야
창문의 썬팅지를 벗겨내었더니
다 보인다.
건너편 동산에 벚꽃이 저리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눈으로 화려한 안무를 펼치는데
저 모습 그리워서 이른 봄날 쪼개어
멀리까지 헤메이고 다녔었지.
마음이 비껴
잊었던 야산도 눈앞에 있어
새삼 바라보니 울창한 숲이 되었구나.
그 품안에 든 자그마한 교회에서
행복을 나누나보다.
고향의 뒷산도 저리 포근하였지.
해마다 널따란 밭을 가꾸시던 노부부가
이 봄에도 벌써 바지런하셨네.
곱게도 갈아 놓은 밭에서
싱그러운 흙냄새가 퍼져오고
남은 봄을 다 가져간 듯 퍼렇게 차지한 풋마늘 밭
상추밭에 마저 햇살이 반짝거린다.
유난히 맑은 날씨의 아침이라
저 멀리 유달산의 정상 바위도 선명하네.
어쩌다 밖에서 유달산 야경을 볼 때면
그리 반갑드만,
이젠 때 없이 볼 수 있어 좋구나.
햇빛이 싫어서
창을 가리고부터
봄은 몇 번이나 부딪고 갔을 걸.
값싼 썬팅지 하나 바르고
우린 계절의 부분들을 잊고 살았다.
안 보았을 뿐,
철따라 그들은 거기 있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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