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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꿈


BY 비니맘 2006-09-07

 

아버지의 꿈

                         


스물넷

월남으로 떠나는 상륙함에 몸을 실었지

부산항을 떠나 듣도 보도 못한 곳으로 간다지

허망하게 쓰러져 가는 전우들 곁에서

어머니품 같은 고국을 꿈꾸었지

 스물아홉

알랑드롱을 닮아 좋다던 아가씨를 만났지

방앗간집 셋째 딸이라지

방앗간이라……

부자집 사위를 꿈꾸었지

서른하나

너무나 사랑스런 딸아이가 태어났지

며칠을 고민해서 이름을 지었지

기쁨과 희망이라고

딸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 

 

삼팔광땡!

떴다! 별 네 개!

헛된 꿈을 꾼적도 있었지

피를 토하며 내 몸이 내 맘같지 않던 그때!

꿈을 잊은 적도 있었지


오십여덟

대문에 내 이름 석자 단 집이 생겼지.

넘의집살이는 이제 끝이네

갚을 대출금이 꿈같네

오늘

일벌처럼 나간 마누라 기다리며 깜박 졸았네

24, 29, 31, 58……

커다란 숫자 적힌 공들이 억억거리며 굴러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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