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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나팔꽃 내레이션


BY 강주련 2006-08-28

나팔꽃 내레이션

강주련


얇은 이불을 제치고 기지개를 켰어요
사열대처럼 서서 나를 반기는
친구들 얼마나 반갑던지요
영양제같은 단비를 먹고 몰라보게 자랐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의기양양하게
증조할아버지 같은 모과나무 다리를 타고 성큼성큼 올랐죠
모과나무 우듬지에서 갈 길을 잃고
잠시 헤매이기도 했지만 신은 내게 가혹하지 않았어요
가느다란 전깃줄을,
덥썩 잡는 순간 짜릿한 전류가 온몸으로 흐르데요
난 그쯤에서 수의복같은 파란 가운을 벗어던지고
활활 타오르는 정열의 꽃, 피웠어요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다섯 송이
하늘이 참 포근하네요
저 아래 골목에서 땅.땅.땅 시끄러운 소리,
기진한 생선들 패잔병처럼 한 줄로 꿰여 지나간 자리
해그림자 마저 따라갔나봐요
이쯤에서 주인 여자가 소방호수처럼 뿜어 올리는
물줄기를 맞고 내 열정 가라앉힐래요
중년같은 보라빛 꿈꾸면서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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