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엔 일부러 손전화를 꺼 놓는다.
왜냐하면 돈 받으러 가자고 다구치는 전화벨 소리가
듣기 싫기 때문이다.
무슨 채권장사하는 사람같이
눈 뜨자 마자 초당 붙는 이자같은 시계도 시간도 보기싫다.
할 수있다면 쌀밥같이 수복하게 쌓인 눈들을
싸리빛으로 한 번 기일게 쓸고
나의 막내딸보다 더 오래살은 늙은 개와 눈 마주치고
별 쓸데없는 말도 짖어보고
해그늘 없는 얼굴들이 마구 빛나고 반짝거리는 것을
실컷 공짜로 조기 관람할 수 있을테니.
이른 아침에는 일부러 연속극 안 볼려고
테레비도 꺼 놓는다.
그래야 아주 조용히 마루부터 기어오는 발걸음을 들을 수 있다.
운좋은 날은 새둥지에서 새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이런 것도 돈 받으러 가지 않는 시간에만
허락되는 것들이다.
나에겐 아주 귀중한 아침엔
돈 받으러 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