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시게
시름 한자락이라도 있으면
예 놓고 가시게!
몸뚱이 하나도 추스르기 어려운 주제에
시름까지 안고 가실려면
얼마나 힘이 드시겠는가?
것도 인연이라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시겠으면
내게 당장 부탁하이
내 이 손으로 손수 끊어 드리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흘러가는 조각구름 위로
쭈빗이 얼굴을 내미는 이 있으니
아이고 헝클어진 머리와 꼬부라진 허리
덕지덕지 거름 묻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손하며
영락없는 엄니로다.
오늘은 뭣이 안타까워
구름 끝에 매달려 오셨는가?
흐느낌도 서러움도 이제는 잊고 싶은
아픔마저 휘어진 골목길 저켠으로 아득하고
낯선 얼굴들과 하나 둘 마주칠 때마다
어허라, 불쌍은 고사하고 우스운 영혼 되어
깔깔 다가오니
어서 무거운 짐이나 예 내려 놓으라
수작부터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