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 그대는 있습니다 / 민 병련
말 없이 다가왔습니다.
구태여 비싼 향을 뿌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허물없이 다가선들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대 선 자리가 나의 자리인 것을.
그대 그림자를 밟고나니
나의 자리 한뼘도 안되는 것을
그대 잠깐 비우고 나니 알았습니다.
그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하늘이 그리워집니다.
발길이 머무는 곳에
이미 당신은 다녀 가셨네요.
내가 가야할 길도 그대는 이미 다녀 가셨네요.
숨쉬는 곳
머무는 곳
버려야할 곳
그 앞에 황톳길이 보이네요.
당신이 손짓 하네요.
워어이 워어이
장구 장단에 춤 한판 추고 나서 뒤따라 갈꺼라고 이야기 하였지요.
풍물패에 붙들려서 걸판지게 놀다가 간다고 하였지요.
자리 잡고 기다리면 정다운 님들이 놀러 간다고 기다리라고 하였지요.
보이지 않는 나무 끝에 앉아 있어도
그대의 그림자는 너무 길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