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이 지고 있다
집을 막 나서려는 찰나 울리는 전화벨
너와의 약속은 무산되고
아닌 척, 무심한 척, 세심히 두드렸던 화장속에 봄날이 소리없이 지는 일요일 오전
멍 하니 앉아, 낯선 시선으로 거실을 훔치는 이 권태는 또 무엇인가?
일요일 오전 집집마다 골목마다 꽃가루는 온통 흩날려 시야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은 안개꽃처럼 그리움에 서성대는 발길로 어디론가 흩어져버린 아름다운 날에
나는, 추락하는 섬처럼 봄의 존재, 그 밑바닥으로 두레박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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