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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이 지고 있다


BY 깊은 두레박 2005-05-12



*어느새 봄이 지고 있다

 



집을 막 나서려는 찰나
울리는 전화벨

너와의 약속은 무산되고


아닌 척,
무심한 척, 세심히 두드렸던 화장속에
봄날이 소리없이 지는 일요일 오전


멍 하니 앉아,
낯선 시선으로
거실을 훔치는 이 권태는 또 무엇인가?


일요일 오전
집집마다
골목마다
꽃가루는 온통 흩날려 시야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은 안개꽃처럼 그리움에 서성대는 발길로
어디론가 흩어져버린 아름다운 날에


나는,
추락하는 섬처럼
봄의 존재, 그 밑바닥으로
두레박을 떨어뜨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