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붉은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기나긴 여름날에 노역이 끝났다는 소리로
먼지 툭툭 터는소리가 난다
놀던 아이들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고된 하루 삶의현장에서
언젠가 홀연히 사라질 나날들이 우울해
말없는 발길은 포장마차를 향한다
모든날들에 버거운 삶을 잊으려 술한잔을
목울대로 집어삼킨다
별도 사라진 빈하늘 바라보며
부서지는 괴로움도
아무리 행복에 겨웠던 그 모습까지도
한잔술에 털어넣는다
살아온 날들 뒤돌아보며 얼마나 덧없는가..
수많은 세월 덧없는 세월 허공에 묻어두고
또하루를 밀어내는 고달픈 사람들
적막한 밤의 기운을 실어 허리굽혀
신발끈을 조여매고....
소리없이 사그러드는 어둠에저편에서
기다릴 공간으로 돌아간다
산다는것은 이렇게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걸어가는 삶의길들을 허공에 묻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