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3 -(침묵편) 몽련 최순옥 그대를 만날 시간이 되였군요 낱낱이 열린 내 숨구멍의 섬세한 떨림이 느껴지나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무언중의 언어를 숨죽여 듣는 이 쓸쓸함을 알고 계신지요 하지만 그대 마음과 눈길, 머문 곳마다 침묵으로 존재함을 아오니 난 오직, 깨어있는 것으로 족하겠지요 말 속에 녹아든 무형의 가시거나 웃음 끝에서 반짝이는 유리 파편처럼 원치 않는 상처, 행여 줄까 침묵 속에서만 내게로 오는 당신은, 파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