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지 않은 세월
글/몽련
노을의 아름다움을 오늘 볼 수 있음은
되 돌릴 수 없는 하루로 지불한 대가인 것을
세월이 이 만큼 흘러서야 알았습니다
풀섶에 흔히 핀 이름 모를 하찮은 꽃이라도
피해 갈 수 없는 고난을 딛고 핀 귀한 꽃임을
세월이 이 만큼 흘러서야 알겠습니다
한 모금의 물, 그 흔한 공기, 따뜻한 햇살이
생명의 젖줄임을 마음에 담아 두기까지
세월은 이 만큼 흘렀습니다
이제,돌맹이와 개미와 숨어 우는 벌레에게
때 가릴 것도 없이 말 붙이는 아이가 되였으니
보낸 세월이 마냥 서럽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요
2003.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