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신광철-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곤 했지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삶이
전기세 수도세 못내 벼랑까지 밀렸을 때
모자란 나 같은 사람에게
위안 받으려 했음을 후일 알았지요.
눈물나게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진정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 말못한 것은
아직은 소년 같은 부끄러움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말 더듬던 그 마음이지요.
사랑을 가슴에 묻으면 그대로 꽃이라도 될 듯
단발머리 찰랑대는 모습이 아름다운 당신을
아내라는 이름으로
가두어 날개를 접게 했습니다.
당신은 날개를 접었어도 내겐 여전히 천사입니다.
빨래다 설거지다 젖은 손이
마를 날 없는 천사는 이 세상에
당신 밖에 없음을 압니다.
절약만으로 모자라 콩나물 값 몇 푼 더 깎아
살림을 꾸려가려는 마음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늘 보고 있지요.
능력 없는 남편을 만나
허리와 무릎이 아파도
아프단 말 못하는 그 마음.
베갯닢을 적시는 당신의 눈물을 압니다.
애써 눈 돌리고 있는 나는
나쁜 사람이지요.
자존심을 꺾어 이 세상에 대드는 기분으로
술 한잔하고 늦게 들어온 어떤 날
벗어놓은 옷처럼 구겨져
잠들어있는
당신을 보면 화가 났지요.
당신을 원망해서가 아닙니다.
나의 못남을 확인하고는
미안함이 그렇게 표현된 것이지요.
내 곤한 어깨를 받아주는
고마움만 알았지
당신 어깨 무거운 건 모른
무정한 사람이었지요.
신도 예감해서 눈물을 준 이 힘든 세상은
혼자 걷기엔 버거운 길이었는데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
당신을 만난 것은
마른땅을 촉촉이 적시며 오는
단비였지요.
힘든 고비 때마다 당신은 위로의 말을 앞세운
내 편이 되어 주었습니다.
내가 능력이 있거나 생각이 맞아서가
아닌 것도 알지요.
삶이 무거운 줄을 이미 알아버린
당신의 배려였지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젊음도 당신의 희망도
다 뺏어버린 듯 합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 가슴에
꽃을 한 송이 심는 것과 같이
아름다운 일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다
밀린 일을 시킨 꼴이었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표현이지만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