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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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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BY 이용원 2003-08-25

발톱

 

비 그치고

물기 머금은 골목

채 마를새도 없이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가

나와 앉아

녹슨 가위로 발톱을 깎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한 때의 젊은 엄마

그 엄마의 예쁘던 발톱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침침한 눈으로

열심히 가위질을 해 대지만

베어지는 건

언제나 아픈 살점

대신 깎아줄

 

누구도 골목엔 없는데

연륜만큼이나 두꺼운 발톱

어느날

우리도 갖게 될 녹슨 가위